마음이 지나가는 곳 영화 <더 테이블 The Table> (2017) 리뷰
김종관 감독이 연출한 <최악의 하루>를 보고 난 후
같은 시기에 개봉을 해서 찾아보게 되었던 작품.
그의 페르소나 한예리 배우도 출연하였고
정유미 배우를 알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의 이야기가 스쳐가는 그곳.
영화 더 테이블 리뷰.
개봉 | 2017.08.24 |
---|---|
등급 | 12세 이상 |
장르 | 드라마 |
러닝 타임 | 70분 |
배급 | (주)엣나인필름 |
평점 | 8.32 |
관객수 | 10만 명 |
감독 | 김종관 |
출연 | 정유미(유진), 한예리(은희), 정은채(경진), 임수정(혜경), 김혜옥(숙희), 연우진(운철), 정준원(창석), 전성우(민호) |
목차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개
카페, 예전엔 다방이라고 불렀었지.
꼬마 때 기억으로 오렌지 주스 한 잔에
5천 원씩이나 하던 그곳에
내가 갈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그 공간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밥 먹을 때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아메리카노 한 잔이면 실컷 할 수 있으니까.
분위기도 한몫하고 게다가 디저트도 맛있다.
그곳에서 난 무슨 얘기를 나눴을까.
한때 자주 가던 종로에 있는 그곳의 사장님과 친해졌는데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카페 사장님은 기억하고 있더라.
이 작품도 마찬가지로 나중엔 잊어버릴지 모르는
내용들을 테이블 하나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동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제작비가 덜 드는 것도 메리트.
플레이 타임이 70분으로 일반 작품들보다도 짧다.
짧아서 좋기도 하지만 각 사람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담을 수 있을까 걱정되었는데...
결론은 그럴 필요 놉!
영화 더 테이블 줄거리
누구나 오고 가는 한 카페.
창가 자리에 테이블이 하나 놓여있다.
오전 11시 에스프레소와 맥주,
"나 많이 변했어"
스타 배우가 된 유진과 전 남자 친구 창석.
오후 2시 반 두 잔의 커피와 초콜릿 무스케이크,
"좋은 거 보면 사진이라도 하나 보내줄 줄 알았어요"
열병 같은 하룻밤 이후 다시 만난 경진과 민호.
오후 5시 두 잔의 따뜻한 라떼,
"좋아서 하는 거예요 아직까진..."
결혼 사기로 만난 가짜 모녀 은희와 숙자.
비 오는 저녁 9시 식어버린 커피와 남겨진 홍차,
"왜 마음 길이랑 사람 가는 길이 달라지는 건지 모르겠어"
결혼이라는 선택 앞에 흔들리는 혜경과 운철.
당신은 오늘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했나요?
저마다의 사연
1. 음료는 에스프레소와 맥주.
보는 동안 킹 받게 만든 첫 에피소드.
어찌나 얄미운지 주먹이 콱.
너 그럼 삼전 그룹 부회장 애 뗀 건 사실 아닌 거야?
떠도는 스캔들이 진짜냐고 물을 때는
나도 모르게 유진과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더라.
첫사랑은 추억으로 있을 때가 아름답다고 했던가.
배우로 뜨기 전에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만났는데...
인증 사진을 찍질 않나.
동료를 근처로 부르질 않나.
남자는 유진을 그저 연예인,
술 한 잔 하며 떠들 안줏거리로 생각할 뿐.
인연이 되었던 한 사람으로 생각하질 않는다.
씁쓸함만 남았을 뿐. 한 잔의 에스프레소처럼.
선글라스를 끼고 나가면서 '헤어지길 잘했다'라고 생각했겠지.
2. 커피 두 잔과 초콜릿 무스 케이크.
귀여운 두 번째 에피소드.
하룻밤 이후 갑작스러운 남자의 세계여행으로
관계의 공백이 생겨버렸는데
계속 불안해하며 냉담한 태도를 보이던 경진이지만
그녀는 남자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여유 있는 척하며 의미 없는 말만 해대는 민호.
혹시 지질한 남자들만 나오는 건 아니겠지?
제가 재미없는 놈이라 포장은 못했어요
체코에서 사 온 거예요 채워 드려도 될까요?
계속 서로 좋아하는 걸 알았을 때 안심하며 나오는
미소와 마음이 귀엽고 풋풋하다...
그리고 참 많이 부러웠다...
정은채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는데
표정과 목소리만으로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서 몰입이 잘 되었던.
달달한 케이크 같았던 스토리.
3. 따뜻한 라떼 두 잔.
뭉클했던 더 테이블 세 번째 에피소드.
<최악의 하루>의 은희가 이어지는 듯했다.
첫 느낌은 모녀인 줄 알았는데 대하는 것이 영 이상했다.
알고 보니 엄마 대역을 캐스팅하는 자리.
온갖 거짓말뿐인 상황에서
오히려 진짜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은희의 별명을 들은 숙희가 담담하게 그러나 다정하게,
우리... 느림보 거북이는요
혹시 기분 나빠하진 않을까 선을 넘지 않으려고 하지만
새어 나오는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최선을 다하려는 은희와,
죽은 딸의 기억을 떠올린 숙희의 마음이 전해졌다.
꼭 이번엔 행복해지길.
<황금빛 내 인생>에서 "지안이에요오오오오오!"가
여전히 귓가에 맴도는 혜옥 배우님의 명연기.
라떼처럼 부드럽고 따뜻하게.
4. 식어버린 커피, 남겨진 홍차.
마지막 네 번째 에피소드.
이미 헤어진 커플이지만 서로를 잊지 못하는 그들.
혜경은 결혼을 앞두고 있었고
운철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그녀와 헤어질 마음을 먹고 있었다.
혜경도 정리를 하러 왔다가
운철에게 진심을 내보인다.
"헤어지라면 헤어질게!"
하지만 남자는 이미...
왜 마음 길이랑 사람 가는 길이 다른지 모르겠어
네비게이션을 설치해줘야 할 것 같은 대사.
사랑만 있으면 다 된다고 믿었던 때는 이미 지나갔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엔 그걸 믿고 싶어서 그럴까.
은근히 해피엔딩을 바라고 있던 내 마음이 비쳐 보였다.
하지만 이 둘은 사랑과 현실의 갈림길에서
마음 가는 방향으로 가기는 쉽지 않았다.
돌아서서 후회는 하겠지만.
아마도 남자는 나중에 미련이 남을 것 같다.
그저 먹고살기 힘들어 헤어짐을 택했으니.
마지막까지 애절하게 붙잡던 혜경은
모든 마음을 다 쏟았으니
깨끗하게 지우고 잘 살 것이다.
이미 식어버린 감정 같은 커피와 남은 홍차의 미련처럼.
둘이 만났을 때 커피는 남자 홍차는 여자였겠지만
헤어지는 순간엔 반대로 바뀌었을 것이다.
소감
시간에 흐름에 따라 만난 네 팀의 인물들이
대화를 나누는 영화 <더 테이블>.
다른 사람의 일을 구경하는 것처럼 재밌는 게 또 있을까?
내가 겪을 수 없는 그리고 겪지 않아도 될 그런 이야기를.
제일 재밌는 게 불구경이랑 싸움 구경이라고 하지 않는가.
내가 있는 영화관 특성상 매일 다른 인물들이 왔다가 간다.
지나가는 사람들만 봐도 심심하진 않은 이유.
작품 속 카페 사장님처럼 나도
이들의 일을 몰래(아니 코앞에서) 엿들은 기분이다.
엄청난 그래픽이나 스토리가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꽉 찬 느낌이 들었다.
아무런 정보가 없으니
이들의 관계를 유추하면서 보는 것이 포인트이고,
각 스토리 마지막에는 테이블 위를 비추는데
올려져 있는 음료로 이들의 관계를 정리한다.
솔직히 말해 한 번만 봐서는 애매한 부분이 있는데
좀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관계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대화가 잘 안 들리기 때문에
2차 관람 이상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미 관계는 정리되었으니
시간도 짧으니 온전히 대화에 집중할 수 있을 거다.
오늘도 <더 테이블>에선 어떤 대화가 생겨날까?
준비한 리뷰는 여기까지입니다.
더 많은 리뷰가 궁금하시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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