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향수 리뷰
향기에 대한 매혹적이고 잔혹한 이야기
조향을 공부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영화
개봉 당시에는 최고의 퍼퓸을
만들기 위한 장인의 여정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풍문으로 들은
내용에 충격을 받아서
더욱 멀리 했었다.
하지만 지금 센트(scent)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궁극의 향수에 관한 내용에
관심이 가는 건 당연지사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2006)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했는데
소설의 느낌을 잘 살린 수작
주인공 '그르누이'는 가장 더럽고
밑바닥 같은 생선시장에서
태어난 사생아로 이런 환경과 달리
특이하게 몸에 아무런 '냄새'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인간을 초월하는 '후각'을
갖고 있는 아이였다.
자라서 청년이 된 어느 날,
파리에서 매혹적인 향기를 가진
여인을 만나게 되었지만
곧 그녀가 그의 앞에서 죽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냄새'를 맡는 장면은
영원하지 않은 향기를
소유하려고 하는 욕망과
그것에 집착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영화 향수 리뷰
머리 속에 각인된 향기를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에 붙잡혀
향수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되고
스승 '발디니'가 퍼퓸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에서
헤드노트(탑), 하트노트(미들),
베이스노트(라스트)가
조화를 이뤄 하나로
완성된다고 설명을 한다.
각 노트마다 4가지 재료가
들어가고 총 12개의 재료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탑, 미들, 베이스는
실제 향수에서
향 피라미드를
설명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장면에서 스승이 1가지
비밀 재료가 있는데
들어가게 되면
천국의 향이라고 표현한다.
그 재료는 전설이라고
하면서 말을 하지 않는다.
'그르누이'는 향수를 위해
13명(테스트로 2명까지 15명)의
여자를 희생시킨다.
아름다운 향기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영화는 살인에 대한
도덕적인 부분은 배제되어 있다.
오직 향에 대한
미적 가치만 있을 뿐.
그래서 그런지
'악마 같은 예술가'로
느껴지기도 했다.
인간의 심오한 욕망을
그렸기 때문에 도덕이나
이성에 대한 부분으로만
해석하는 건 이 영화의
본질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
존재하는 것은 모두 향기가 있다. 향기는 그 사람의 영혼이다.
자신에게 없는 '무언가'를
갖고 싶다는 열망은
이유를 묻지 않는다.
그저 갈증처럼 느껴질 뿐.
모든 물건은 본디 영원하지도 않고
소유할 수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욕망을 품었을 때
그것만을 갈구하게 되었고
그 방법이 살인이 된 것이다.
세상에 버려진 채 살아오면서
누구한테도 사랑받지 못한
마음이 향기에 대한 집착을
만든 것이 아닐까.
자신만의 향기를 가질 수 없는
그르누이가 자신이 버려진 이유를
냄새라고 생각해
그를 광기어린 살인마로
만든 것 같다.
영화 향수 리뷰
자신의 딸을 해친 아버지가
주인공을 고문하면서
이유를 묻자 변명없이
"그녀가 필요했다"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그 후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광장 씬이 나온다.
그가 살인을 하면서
만든 향수를 자신을 욕하는
대중에게 뿌리게 되는데
순식간에 그는 악마가 아닌
천사가 되어버린다.
위에 나오는 아버지마저
무릎을 꿇으며 용서해달라는
장면은 소름까지 돋았다.
모든 사람들이 향기에 홀려
난교를 벌이는 인파 속에서
대조적으로 그르누이는
홀로 무표정하게 서있는데
그 순간 주인공은
무언갈 깨닫는다.
향수로 모든 사람을
조종할 수도 사랑에 빠지게
할 수도 있지만
정작 본인은 사랑을 받지도
주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결국 향기를 소유는 할 수 있어도
자신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후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게 된다.
모든 냄새가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가 되고 싶었던 이상적인 모습으로...
영화에서 사람들의 이중적인 모습이
여러가지로 묘사가 되는데
어쩌면 그르누이는
그런 모습에 질려
가장 순수한 향기를 찾아
나선 건 아닐까 싶다.
마지막에 향기를 몸에 직접
붓는 장면이 나온다.
그에 흥분한 대중들에게
찢기는 장면.
그 향이 사라지기 전에
본인을 먼저 사라지게 해
그 향기와 함께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까.
사랑받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엔딩에 본인이 태어난
악취 나는 곳으로 돌아가
죽음을 맞이한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든 게 평온한 세상.
정말 그 자신이 냄새가
된 것처럼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
이 영화는 허무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모든 사람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는 향수도
보잘것없이 바닥에 남아
마지막 남은 한 방울을 떨어뜨린다.
이 허무함이야 말로
영화가 얘기하려는 내용인 것 같다.
책이 원작이고 영화로 만들어졌지만
두 가지 매체 모두
냄새는 전달할 수 없다.
그런 매체에서 '향기'를 표현하려고
했다는 것이 실험적이었고
인상적이었던 영화."
배우들의 호연을 통해
매혹적인 향기가 가지는 느낌을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방식도
자기 전에 듣는 한 편의
동화 같은 느낌으로 신선했다.
내용은 비록 잔혹했지만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이 영화 때문에 페로몬이
등장한 것 같기도.
모든 사람은 각자 '향'을
갖고 있는데 전 세계에서
한국 사람만 특이하게도
그 '특유한 향'이 없다고 한다.
(본질적인 얘기로
각자 체취하고는 다른 얘기입니다.)
향이란 건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사람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 같다.
냄새 때문에 사람이
싫어지기도 하고
좋아지기도 하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원래 자신에게 익숙한 향은
맡아지지 않으니 누군가가
얘기를 한다면 귀 기울여 듣고
방법을 찾는 게 좋다.
단지 그 이유 때문에
자신을 싫어한다면
안타까우니까.
영화 향수 리뷰 마치며
못 보신 분들은 보시면 재밌습니다.
강추합니다!
리뷰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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