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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reviews

82년생 김지영 영화 리뷰 세상은 더 좋아진걸까

by bbubboo 2022. 2. 16.

82년생 김지영 세상의 모든 김지영들에게

이슈가 되었고 소란스러웠다만 빈수레는 아니었다.
영화는 담담하게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리뷰 세상은 더 좋아진걸까.

목차

시작

영화 얘기를 하기 전에, 사실 난 여자와 남자가 서로 대립한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하지 않고 오로지 일과 내 자신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얘기하겠다.
페미니스트의 뜻도 알지 못했고 이 단어가 왜 뉴스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지도 궁금하지 않았다.
페미라고 누군가 말할 때 그냥 신조어인가 싶었을 뿐.

그렇다고 해서 내가 성평등에 대해 자유로울 수 있었는가 생각해보면 무조건 아니라고는 말을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남자라는 이유로 무시하거나 뒤에서 허튼 짓을 하지 않았다는 것만 말하겠다.
단지 나는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라 여자와 대화도 눈도 못 마주쳤다는 거.
(사실 남자라고 해도 눈을 못 보는 건 마찬가지였다...)

대충 이 정도로 설명하고 넘어가겠다.


영화관에서 본 건 아니고 주문형 비디오 VOD에 떠있는 걸 봤다.
책을 읽은 게 아니었지만 워낙 개봉 당시에 시끄러워서 모를 수가 없는 작품이었고
리스트에 있는 걸 보곤 쉬는 날에 재생을 누르게 되었다.

당시에 한국에 휴가 나왔다가 극장에서 보고 싶었지만 출국날이 먼저여서 불가능했다.
별점 테러 소식도 들려오고 개봉 전부터 난리도 아니었지...

내 친한 여사친이 있었는데 얘는 나랑 비슷한 성격이어서 페미라든가 이런 거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실제로 보면 이야기가 한쪽에 쏠려 있지는 않다는 말을 들어서 봐도 괜찮을 거라고 말하니
친구가 남자친구한테 이 영화 보자고 그랬나 본데 그 남자친구는 소문이 별로니 보지 말자고 그랬던 것 같다.
그 말을 친구한테 전해 듣고 걔도 선입견이 있고 꽉 막힌 애구나 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포스터를 보곤 플레이를 했다.


82년생 김지영 줄거리

김지영은 딸이 하나있는 가정주부로 결혼을 하면서 퇴직하고 육아를 하며 지내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라면 평범하다고도 볼 수 있는 결혼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명절에 시댁에 내려가 제사를 지내고 가려고 하는데 시누이가 찾아온다.
너무 당연하게도 시어머니가 전 좀 내오라고 시켰는데 (시어머니가 선물로 준) 앞치마를 벗더니
지영의 엄마로 변해 시어머니께 뭐라고 한다.
상태가 이상한 것을 확인하고 정대현은 바로 친정에 가게 되는데 잠만 자다 일어나선 기억이 없다고 말한다.

그후 지영은 자신의 상태를 모른 채 생활을 하다가 회사를 같이 다니던 여직원과 만나 승진 얘기를 듣고 김팀장이 퇴사 후 회사를 차린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길을 걷다가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걸 보고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남편에게 얘기했지만 남편은 이해하지 못하고 화를 내게 된다.
지영은 김팀장에게 연락을 해서 만났고 다시 일을 하자는 제의를 받는다. 시터를 찾았으나 구해지지 않자 남편이 육아휴직을 말했다. 시어머니가 지영의 몸이 안 좋다는 얘길 듣고 흑염소 한약을 지어줬는데 받으면서 지영이 연락하면서 회사 얘기를 하고 육아휴직 얘기를 하니 버럭 화를 내면서 끊어버린다. 열받은 시어머니는 사돈에게 연락해서 상태를 말해버리고 만다.

지영의 엄마가 소식을 듣고 가게를 정리할테니 일하라고 애 봐준다고 하면서 집에 가려는데 지영의 표정이 변하고 엄마의 친정 엄마가 되어 '그러지마 미숙아.' 라고 하면서 엄마가 살아온 배경도 말하게 된다. 엄마는 충격을 받고 몸져 누웠는데 그것도 모르고 친정 아버지는 하나뿐인 아들 먹으라면서 한약을 지어온다. 이거에 열받은 엄마는 냅다 던지고 '이러니까 병이 나지. 왜 딸은 안 지어주냐고.' 목 놓아 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육아휴직도 어려워지고 지영이 회사 다니는 걸 포기하려고 하니 남편이 바로 '그래. 쉬자.' 라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지영은 '애 보는 게 쉬는 거 맞아?' 라고 말하고 남편은 결국 지영의 상태를 말해준다.

정신상담을 받으러 병원에 가게 되고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하는지 물어본다. 지영의 상태는 화병과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참을 때 변하는 것 같다. 카페에서 알지도 못하는 직장인에게 '맘충'이라면서 모욕을 당하고 참지 않고 할말을 한다.

'카페에서 10분 정도밖에 안 됐는데 그쪽이 날 아세요? 누굴 만났고 무슨 생각하는지 아세요? 왜 함부로 말하세요.' 라고 말한다. 다시 병원에서 그 얘기를 하는데 지영의 표정이 후련해 보임을 알 수 있다.

싹이 움트는 봄이 오고 시간이 흘러 지영은 작가가 되었고 남편은 육아휴직을 내고 애를 돌보면서 끝이 난다.


페미니즘 영화(X) 사람 사는 이야기(O)

육아우울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에 상처를 입은 지영의 이야기에서 엄마와 결혼하지 않은 큰 딸, 시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현실의 단면을 보여준 영화다. 남편인 정대현은 다 안다고 생각해서 자기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 충분히 자상하고 좋은 사람은 맞다.
하지만 자기가 겪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던 부분을 지영의 입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지영이 변함으로써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주변 일들을 잘 보게 되었고 그런 인물을 통해 남편에게 간접적으로 여성의 삶을 보여주어 조금씩 이해를 해가는 과정을 보여줬다.

82년생 김지영이라고 생년을 특정했지만 어쩌면 이땅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여성을 대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할머니도 손자만 예뻐하고 손녀는 어차피 시집 간다며 무시하고
직장에서도 여러가지 차별로 승진이 미뤄지고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서 퇴직하게 되는 것이.

'지금 시대에 저런 게 아직 있겠어? 과거에나 저랬지 하며' 아무도 몰랐던 것처럼 새롭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겉으로만 표현하지 않았을 뿐 우리가 지켜보는 시선에는 지금도 그런 마음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불편했던 부분은 카페에서 맘충이라며 비웃던 사람이다.
저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속으로만 생각하지 왜 굳이 입 밖으로 꺼낼까.' 하며 그 부분만 지적하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저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도 아직도 과거와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갈등만 없다면 저런 생각을 해도 되는 걸까?

지영의 남편이 시댁에서 설거지를 하는 장면에서 지영이 어쩔 줄 몰라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보통은 남자가 얼마나 자상한지 그것에 초점을 맞추곤 하는데 시어머니 눈치를 보는 게 진짜 며느리의 마음일 거라는 생각.

82년생 김지영 앞 부분에서 시어머니가 앞치마를 선물해준다.
현재 시대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성 역할의 고정관념도 많이 사라졌고 나아진 것은 맞다.
남자든 여자든 우리 사회에선 성별로 인해 저마다의 고충을 겪고 있는데 한국 사회가 성 역할을 고정 시켜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장면에서 그런 고정관념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제사를 지낼 때도 남자들만 절을 하고 여자들은 뒤에서 음식 준비를 한다. 한국의 풍습은 뭔가 그런 부분이 많다.
육아는 여성이 하고 남편은 '도와준다'고 표현한다. 이는 올바른 표현은 아닌 것 같다.
서로 같이 하는 것이다.

한 여성의 이야기지만 성별로만 구분 지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부침과 상처를 극복하고 위로하는 이야기다.

지영이 엄마 이름을 부르며 그러지 말라고 했을 때 울컥했고 엄마가 지영을 안아주면서 '내 금 같은 내 새끼 옥 같은 내 새끼' 하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상처 입은 자식을 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지 상상도 안 되지만 무너져내리는 기분일 것 같다.

지영의 아버지가 못 피한 사람 잘못이라는 말이 너무 가슴 아팠다.
어째서 그걸 당한 사람의 잘못일까...
좋아하는 빵도 크림빵인데 아들만 생각하니 팥빵만 사오고 잉...

요즘 마음에 병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아니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정신병을 갖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암 같은 병이 아니라서 병원비가 만만치 않다. 어쩌면 암보다 더 무서운 건데 말이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불편한 얘기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해야할 얘기였다고 생각한다.

이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여기만 빠져 나가면 출구가 나올 것 같은데 아무리 가도 출구가 없는 것 같아요.'
길고 긴 터널을 지났는데 다음 터널이 나온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래도 마지막 장면은 좋았다. 뭔가 새로운 시작 같은 느낌. 새순이 자라나 밝은 미래로 가는 느낌이었다.
뭐든지 한 걸음부터 시작하는 거 아닌가. 노력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을 것이다.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면서 지낸다면 언젠가 불화가 없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아이가 귀엽다. 밥 먹자니까 고래밥이 웬 말.

당시 영화는 별점 테러에도 불구하고 예매율 1위였고 평점도 높았다. 남녀 평점도 비슷하게 좋았다.
감독의 첫 장편 영화였는데 화면 구성과 스토리가 물 흐르듯 편하고 신인 답지 않게 좋았다는 평이 많았다.

미흡했지만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도 추천합니다.
리뷰가 있으니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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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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